파월의 국채 시장 달래기에도… 치솟는 유가에 가상자산·증시 ‘긴장’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하버드 대학교 강연을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잘 고정되어 있다”고 발언하면서 월요일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9bp 하락한 4.35%를 기록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 직후 시장의 추가 금리 인상 확률은 25%에서 5%로 급락하며 채권 시장은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발언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배럴당 104.80달러를 기록하며 2022년 이후 처음으로 100달러 위에서 안착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유가 폭등의 여파로 나스닥은 0.75% 하락했고, 돌파를 시도하던 비트코인 역시 6만 6,500달러선으로 밀려났다.
현재 시장은 금리는 안정적이라는 파월의 메시지와 인플레이션이 끝나지 않았다는 유가의 경고가 충돌하는 양방향의 압력을 동시에 받고 있다. 가상자산의 향방은 결국 이 두 가지 신호 중 어느 쪽이 먼저 꺾이느냐에 달려 있다.
- 연준 신호: 파월 의장의 하버드 강연 이후 2026년 금리 인상 확률(CME 페드워치 기준)이 25%에서 5%로 급락했으며, 2년물 국채 금리는 8bp 하락한 3.83%를 기록했다.
- 유가 수준: WTI 원유는 월요일 5.3% 급등하며 배럴당 105달러 부근에서 마감했다. 이는 미-이란 갈등 지속에 따른 것으로, 2022년 이후 첫 100달러 돌파다.
- 가상자산 영향: 비트코인은 초반 상승분을 반납하고 6만 6,500달러 부근에 머물렀으며, 증시와 디지털 자산 전반에서 위험 선호 심리가 위축되며 24시간 기준 보합세를 보였다.
- 금리 경로: 지난 3월 18일 FOMC는 연방기금금리를 2회 연속 3.5%~3.75%로 동결했으며, 점도표(SEP)를 통해 2026년 중 한 차례의 0.25%p 인하를 예고한 바 있다.
파월이 벌어준 채권 시장의 시간, 그러나 유가라는 시계는 여전히 가는 중
파월 의장의 발언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떨던 채권 시장에 정확히 필요한 처방이었다. 그는 연준이 단기적인 유가 충격보다는 인플레이션 기대치에 정책의 닻을 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즉각적인 금리 인상을 기대하며 포지션을 잡았던 트레이더들에게는 부정적인 소식이었으나, 결과적으로 10년물과 2년물 국채 금리를 각각 9bp와 8bp 하락시키는 효과를 냈다.
이론적으로 금리 인상 확률의 하락은 이자가 없는 위험 자산인 비트코인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을 낮춰 구조적인 호재로 작용한다.
CME 페드워치(FedWatch)가 인상 확률을 대폭 하향 조정한 것은 투기적 자산에 적용되는 할인율의 실질적인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비트코인은 유의미한 상승세를 보여야 했으나, 미 10년물 물가연동국채(TIPS)의 실질 수익률 상승이 발목을 잡았다.
기관 투자자들은 파월 의장이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어려운 결정을 뒤로 미루고 있다는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파월 의장 스스로도 향후 경제적 효과를 알 수 없어 결정을 유보하고 있다고 시인한 만큼, 현재의 안도감은 유효기간이 정해진 조건부 청신호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쏜버그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Thornburg Investment Management)의 론 에릭슨(Lon Erickson)은 연준이 고유가와 지정학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에 안도하는 듯 보이지만, 이는 에너지 시장이 재평가를 강요하기 전까지만 합리적으로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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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달러 유가가 가상자산 시장을 압박하는 3가지 경로
에너지 가격의 압박은 단순히 한 가지 변수에 그치지 않고 세 가지 경로를 통해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첫째는 인플레이션의 재가속화 리스크다. 미-이란 갈등으로 중동의 공급망이 차단되며 유가가 100달러를 상회함에 따라 헤드라인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직접적인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

파월 의장이 신뢰하는 ‘고정된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에너지 가격이 이 정도 수준에서 유지될 경우 역사적으로 거센 도전을 받아왔다. 5년째 목표치를 상회하는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지속적인 고유가는 현재의 금리 동결 기조가 충분하다는 전제를 뒤흔든다.
둘째는 금리 인하 시점의 지연이다. 연준은 당초 2026년 한 차례의 금리 인하를 전망했으나, 유가 쇼크가 시스템을 강타하면서 이러한 계획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시나리오가 되어가고 있다. 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매주가 가상자산의 레버리지 롱 포지션에는 금리 인하라는 호재를 멀어지게 만드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셋째는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의 상존이다. 이란 갈등은 해결 기한을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다. 비트코인 ETF의 자금 유출은 이미 자본이 방어적 성격의 자산으로 순환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한 기관들이 위험 자산으로 복귀할 명분은 약해진다.
트레이더들은 파월의 발언을 무조건적인 호재로 읽고 있으나, 이러한 복합적인 리스크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비트코인, 파월과 유가의 줄타기 결과가 반전의 열쇠
현재 시장은 파월 의장의 완화적 제스처와 유가의 강력한 압박 사이에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으며, 비트코인은 이 싸움의 승자가 누구냐에 따라 반응하고 있다.
만약 4월 말 FOMC 회의에서 파월 의장이 비둘기파적 태도를 유지하고 유가가 95달러 아래로 꺾인다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며 비트코인은 다시 7만 달러를 향한 랠리를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ETF 자금 유입이 다시 살아난다면 이러한 시나리오는 더욱 힘을 얻게 된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혼조세다. 고유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연준은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비트코인은 6만 3,000달러에서 6만 8,500달러 사이의 넓은 박스권에서 방향성 없이 요동치고 있다.
여기서 핵심은 6만 3,000달러 지지선의 수성 여부다. 이 라인이 무너질 경우 시장은 급격한 하락세를 보일 수 있다.
결국 다음 촉매제는 인플레이션 데이터와 유가의 흐름이다. 고유가가 물가 지표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한다면 연준은 다시 긴축적인 태도로 돌아설 것이고, 위험 자산은 고전할 수밖에 없다. 유가와 연준 사이의 긴장이 어느 한쪽으로 해소되기 전까지 시장의 모든 움직임은 단기적인 소음에 불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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