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 겐슬러의 사임 이후 암호화폐 시장은 어떻게 변할까?

게리 겐슬러의 미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 임기가 조기에 끝나게 되었다.
그는 가상자산 업계에서 그동안 상당수의 적을 만들어왔다. 미국의 주요 암호화폐 기업을 상대로 수십 차례 소송을 제기하고 제재를 가하며 ‘가상자산 탄압’의 얼굴이 되었다.
겐슬러는 한때 MIT에서 디지털 자산과 블록체인에 관해 강의하던 지지자에서 암호화폐 시장을 “사기로 가득한 미개척지”로 간주하는 억압자가 되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임명된 게리 겐슬러 의장은 종종 월권 혐의를 받았으며 미 법원에서 몇 차례 SEC의 집행을 막았다.
겐슬러 의장은 비트코인 현물 ETF의 상장에 관해 최대한 시간을 끄는 전략을 고수했다. 그는 블랙록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ETF 신청서에 대해 반복적으로 결정을 유예했다.
그러나 법원에서 그레이스케일의 ETF 신청을 거절한 SEC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판결하며 위원회의 정책에 차질이 발생했다.
겐슬러 휘하 SEC가 받은 주요 비판 중 하나는 그가 “집행 중심 규제”를 펼친다는 점이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가상자산 거래소를 격분하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대표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2023 4월에 미등록 증권을 상장했다는 혐의로 웰스 통지서를 받았다. 회사는 분개하며 맞서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코인베이스는 2021년에 6개월에 걸친 검토 절차를 거쳐 상장 기업이 되었다. 코인베이스 임원진은 이미 IPO 과정에서 “자세히 논의된 사업의 근본적 측면”을 웰스 통지서가 지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코인베이스가 SEC에 등록할 수 있는 방안을 두 개나 제시했지만 아무런 피드백도 받지 못했다며 당시 이렇게 주장했다:
“암호화폐 산업의 규제적 불명확성은 악화되고 있다. 가상자산 산업을 위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는 대신 SEC는 집행을 통한 통제만 고집하고 있다.”
겐슬러가 수장으로 재임한 시기 동안의 불명확성, 미결정, 마비 등은 가상자산 산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많은 미국 디지털 자산 기업이 우호적인 규제 환경을 찾아 해외로 이전하게 되었다.
그 결과 FTX도 SEC의 감시망을 피해 바하마 제도에서 사업을 확장하게 되었으며 결국 거래소는 고객 자금 수십억 달러를 유용했다.
겐슬러는 FTX 파산 전에 창업자 샘 뱅크먼 프리드와 비공개로 만나기도 해 샘 뱅크먼 프리드의 제국이 붕괴되자 불편한 질문의 폭격을 받게 되었다.
미국 정계는 겐슬러가 FTX 대응에 관해 투명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며 한 정치인은 겐슬러가 FTX 파산 사태와 관련해 “규제적 실패에 대한 단일한 책임”을 가졌다고까지 주장했다.
게다가 업계의 잦은 인사 이동 문화로 FTX 고위급 임원 중 일부는 겐슬러와 초기에 가까이서 일했다.
블룸버그, CNBC 등 주요 금융 매체가 겐슬러를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그가 소비자를 보호하는 데 누구보다 초점을 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집행은 때로는 시장에서 꼭 필요한 조치였다. 특히나 유명인사들의 의심스러운 알트코인 홍보 활동을 저지한 것은 특히나 칭찬 받을 만하다.
가령, 킴 카다시안 등 유명 인사들이 수상한 가상자산을 홍보하면서 수백만 달러 상당의 광고료를 받으면도 밝히지 않은 행태는 분명 정당하지 않으며 수백만 명의 팔로워를 금융 범죄의 피해자로 만들 위험성이 있다.
겐슬러가 비판 받은 측면은 투자자 보호 목표의식의 부재가 아니라 그가 가상자산 기업들과 상호작용한 방식에 있다.
상당수 혹은 대다수의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가 SEC와 협업할 의향을 드러냈으며 규제 프레임워크가 곧 혁신과 성장을 위한 건전한 토대가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겐슬러가 아직 작은 규모의 시장에 비해 과도하게 표적화된 공격을 받고 있다고 느꼈다.
크립토 기업가 중에서 노골적으로 겐슬러의 사임에 환호한 이들도 상당히 많다.
가령, 크라켄 의장 및 공동창업자 제시 파월(Jesse Powell)은 겐슬러를 “광대이자 반역의 테러리스트”라고 묘사했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 엑스에서는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든 이모지도 빈번하게 목격되었다.
만약 SEC가 가상자산 시장을 강력하게 억압하지 않았다면 지금 미국의 가상자산 산업이 어떠한 모습이었을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겐슬러는 묘한 방식으로 시장의 부활에 기여하기도 했다.
분노한 암호화폐 업계 임원들이 개인 자산과 회사의 자원을 동원해 정치적 변화에 직접 나서기 시작했다.
그들의 거대한 후원금은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비트코인에 우호적인 입장으로 돌아서는 데에도 크게 기여했다. 이들의 금전적 지원이 없었다면 트럼프가 취임 첫 날 겐슬러를 해임하겠다고 공표하는 등의 적극적 가상자산 공약이 탄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 다음 SEC 의장으로 누가 임명될지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4년 동안 굳건했던 규제 장벽이 허물어질지 기대 중이다.
이미 비트코인 및 이더 ETF의 수요가 상당하다. 새로운 규제 당국이 다른 알트코인 기반 펀드의 길도 열어줄 가능성이 존재한다.
SEC가 표적으로 삼았던 암호화폐 기업이 어떠한 영향을 받았는지는 리플 코인의 움직임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리플 코인은 지난 한 달 사이 무려 184% 상승했다.
이제 다음 질문은 과연 믿음이 신실한 대통령, 전용 자문 기구, 우호적 SEC를 기반으로 한 백악관의 암호화폐 수용이 소비자를 온전히 보호하는 조치를 동반할 수 있는지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