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노동부, 401(k) 퇴직연금 암호화폐 개방 추진… 12조 달러 자본 시장 열리나

미국 노동부(DOL)가 월요일, 401(k) 퇴직연금 계좌에 암호화폐를 포함한 대안 자산 투자를 허용하는 기념비적인 규정 제정안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8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401(k) 투자자의 대안 자산 접근 민주화’ 행정명령을 직접적으로 구현한 조치다.
이번 규정안이 확정될 경우, 그동안 명확한 가이드라인 부재로 관망세를 유지하던 약 12조 달러 규모의 퇴직연금 자본이 가상자산 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는 제도적 통로가 마련된다.
노동부의 이번 제안은 암호화폐를 직접 승인하는 방식이 아니라, 특정 프로세스를 준수한 계획 관리자들에게 ‘세이프 하버(Safe Harbor, 면책 특권)’를 제공함으로써 그간 시장 진입을 가로막았던 법적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 시장 규모: 미국 전체 퇴직연금 시장 48조 달러 중 약 12조 달러에 달하는 401(k) 자산이 이번 규정안을 통해 가상자산 및 기타 대안 자산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 세이프 하버 구조: 퇴직연금 관리자는 위험 대비 수익, 수수료, 유동성, 가치 평가 및 복잡성을 반드시 평가해야 한다. 특정 자산에 대한 명시적 금지나 승인은 포함되지 않는다.
- 향후 일정: 연방 관보 게재 후 60일간의 공의견 수렴 기간을 거쳐 수개월 내 확정될 예정이다. 한편 인디애나주의 주 단위 가상자산 투자 의무화는 2027년 7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 규제 근거: 미 규제정보국(OIRA)은 2026년 3월 24일 이번 제안을 경제적으로 중대한 사안으로 분류해 승인했다. 이는 광범위한 시장 영향이 예상되는 최고 수준의 규제 등급이다.
규제 불확실성 제거… 401(k) 자본의 암호화폐 유입 메커니즘
이번 노동부 제안의 핵심은 퇴직연금 수탁자들이 자산을 운용할 때 지켜야 할 법적 의무를 명확히 규정했다는 점에 있다. 본래 미 퇴직연금법(ERISA) 하에서 관리자들은 대안 자산을 고려할 법적 권한을 이미 보유하고 있었으나, 지난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2년 노동부가 암호화폐 투자에 대해 “극도로 주의하라”는 지침을 내리면서 사실상 투자가 봉쇄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노동부는 2025년 5월 해당 지침을 철회한 데 이어, 이번에 구체적인 수탁 프레임워크를 제시하며 규제 아키텍처를 완성했다.
새로운 규정안은 먼저 가상자산을 비트코인 및 기타 토큰을 포함하여 디지털로 저장 및 전송될 수 있는 신규 투자 형태로 공식 정의했다.
이어 관리자들이 투자 대상을 선정할 때 반드시 검토해야 할 6가지 핵심 요소로 과거 성과, 수수료 구조, 유동성 프로필, 가치 평가 방법론, 벤치마킹, 그리고 복잡성 공시를 명시했다.
특히 이번 안은 수탁자가 규정된 적정 프로세스를 준수할 경우, 설령 해당 자산의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관리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 보호 장치를 제공한다.
키스 손덜링(Keith Sonderling) 노동부 부차관은 “정부가 투자 상품의 승패를 결정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관리자들이 신중한 절차를 거쳐 모든 잠재적 상품을 평가해야 함을 명확히 규정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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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중립적 태도’ 전환과 향후 전망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재무장관은 이번 제안에 대해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안전하고 스마트하게 이행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며 수백만 명의 미국인에게 퇴직연금 선택권을 넓혀주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번 규정안은 가상자산뿐만 아니라 사모펀드, 부동산, 원자재 등 다양한 대안 자산에 대해서도 동일한 논리를 적용한다. 이는 연준이 특정 자산군을 우대하거나 차별하지 않는 원칙 중심의 접근 방식으로 회귀했음을 의미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퇴직연금 시장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블랙록(BlackRock), 아폴로(Apollo) 등 대형 자산 운용사들은 퇴직 저축가들에게 더 높은 수익과 다각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다만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비판론자들은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과 복잡한 사모펀드가 은퇴 자금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향후 공청회와 의견 수렴 과정에서 자산 정의의 범위나 유동성 요건이 얼마나 엄격하게 조정되느냐가 실질적인 자금 유입의 속도를 결정할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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